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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7. 7. 27. 22: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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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을 주세요


이 책의 작가는 츠지 히토나리.
그는 국내에서 냉정과열정사이의 작가로 많이 알려져 있다.
내가 그의 작품을 본 건 이 책까지 네 번째.
냉정과 열정사이, 사랑후에오는것들, 편지,
그리고 바로 이 '<사랑을 주세요>

내가 본 그의 작품 가운데 내 마음에 쏙 들었던 작품은 없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내가 그의 작품을 꾸준히 찾는 이유는 간단하다.

단 한 줄 정도는 내 마음을 흔드는 구절이 꼭 등장하기 때문이다.

[인생은 한 번 뿐이지만, 몇 번이라도 새로운 마음가짐으로 살아갈 수 있다] 냉정과 열정사이 中

[누군가를 사랑하는 건 말로 설명할 수 있는게 아니고,
또 더 이상 사랑할 수 없게 되는 것도 어쩔 수 없는 일이야] 사랑 후에 오는 것들 中

[저렇게 하고 싶다고 마음 먹은 순간, 그때부터 기회를 손에 쥘 수 있었습니다.] 편지 中

그리고 역시나 이번 책에서도 마음에 드는 구절을 발견할 수 있었다.

[인간은 언제쯤부터 어른이 되는 걸까?]

이런 식으로 와 닿는 구절이 하나도 아니고 여러 번 등장한다.

이 책의 줄거리는 간단하다. 막말로 진부하다.
그런데 지루하지가 않다.  재미가 있다는 말이다.

이는 이 책의 구성적인 측면에서 기인한다고 본다.
이 책은 편지의 형식을 취한다.

리리카와 모토가 서로 편지를 주고 받는다.
줄거리는 중요하지 않지만,
그렇게 서로가 서로에게 편지를 주고 받으면서 변화하는 주인공들의 모습이 인상적이다.

이 책을 읽으면서 편지라는 수단에 대해 다시금 생각하게 되었다.

문자나 이메일에 밀려난 편지.
사실 난 편지 쓰는 것을 좋아했던 편이다.
워낙에 악필이었던 터라 시들해지긴 했지만,
이 책을 보면서 '리리카와 모토와의 관계'처럼 나도 누군가와 편지를 주고 받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이 둘이 편지를 주고 받게 되는 초창기에 모토지로는 리리카에게 제안을 한다.

[나도 때로는 고민거리가 있고 누구에겐가 진실한 마음을 털어놓고 싶을 때가 있어요.
그러면 우리, 서로의 편지를 통해 둘만의 비밀을 가져보는 건 어떨까요?
우리가 주고 받는 편지에는 누구에게도 말할 수 없는 진실만을 쓰겠다는 약속을 하는 거에요.]

나도 그렇다.
고민거리가 있고 누구에겐가 모든 것을 털어놓고 싶을 때가 있다.
하지만 그럴 만한 사람이 없다.
아무리 친한 사이라도 털어놓지 못할 만한 이야기도 분명 존재하고,
아니 오히려 친하기 때문에 털어놓지 못하는 이야기도 존재한다.
리리카가 처음에 하는 말에서 잘 드러나고 참 와 닿았다.

[세상의 99%는 거짓이에요.
저마다 행복하다는 얼굴로 내심 외로우면서도 외롭지 않은 척 거짓을 흩뿌리고 다니지요.]

그런 거짓으로 가득 찬 세상에서 리리카와 모토지로처럼,
거짓이 아닌 진실된 이야기를 속 시원히 털어놓는 것.
상상만 해도 매력적으로 다가왔다.

이 둘은 실제로 그 제안대로 편지를 주고 받는다.
둘은 서로의 얼굴을 모른다.
그리고 많이 떨어진 곳에 살고 있다.
마음만 먹으면 못 찾아갈 곳도 아니지만,
마음을 먹지 않으면 마주칠 일이 없는 지역에 살고 있다.

그렇기 때문에 서로의 비밀을 털어놓게 되고,
그렇기 때문에 거리낌없이 지적을 하거나 조언을 하게 된다.

서로가 털어놓는 속내, 서로가 조언하는 말들.
역시 츠지 히토나리, 라는 생각이 들 정도로 내 마음에 와 닿는 구절들이 많았다.

[사랑하는 방법도 사랑받는 방법도 모른 채 나이만 먹어버렸다구!]

그리 오래 살진 않았지만 살다 보니 그런 방법이 있다는 것은 느끼게 되었다.
하지만 사랑하는 방법은 무엇일까.
사랑받는 방법은 무엇일까.
그런 방법이 있긴 하지만 난 그것을 알아내지 못했다.
리리카의 투정같은 말처럼 나 역시 그런 걸 알지도 못한 채 나이만 먹어버렸다.
그에 대한 모토지로의 대답 또한 인상적이다.

[너무도 쉽사리 누군가를 사랑해 버리는 이 시대에
쉽게 사람을 사랑하지 못한다는 건 결코 나쁜 일은 아니야.]

이런 식이다.
리리카와 모토는 대놓고 입에 바른 소리를 하기보다는,
은근히 마음을 편안하게 하는 조언을 한다.
혹은 뜨끔하게 만들 정도로 날카로운 말을 하기도 한다.

[네 스스로 바꾸려고 마음먹지 않으면 아무것도 변하지 않아.]

책을 계속 읽어가다 보면 점점 내가 리리카와 비슷했다는 걸 느끼게 된다.
물론 이 책 속의 상황적인 면은 전혀 비슷하지 않다.
더군다나 리리카는 여자이고 나는 남자니까 말이다.
헌데 그 성격적인 면에서, 우유부단하고 주저하고 망설이는 듯한 모습이 자주 드러나면서,
나와 비슷하다는 걸 느꼈다.
그러다보니 자연스레 그런 리리카에게 조언하는 모토지로의 편지를 보며 나 역시 깨닫게 되었다.

물론 그냥 편지만 계속 주고받으면 한도 끝도 없이 이어질 테고..
소설이다보니 이 둘을 둘러싸고 여러 가지 일들이 벌어진다.
앞서 말했다시피 다소 진부하게 느껴질 수도 있지만,
둘의 편지를 통해 드러나는 상황들이다보니 그 편지에 빠져들었다면,
진부해 보이는 설정도 너그럽게 넘어갈 수 있다.

해피엔딩이라고 볼 수도 있고 새드엔딩이라고 볼 수도 있다.

다음 문단은 스포일러성이라 일단 감춰두었지만 나를 무척이나 뜨끔하게 만든 구절이었다.



누군가가 나에게 하는 말인 것만 같았다. 순간 뜨끔 할 정도로..
암튼 리리카는 새드엔딩처럼 흐르는 부분에서 망가질 뻔 하지만,
위에 감춰둔 부분이 담긴 모토지로의 편지를 받고 해피엔딩으로 마무리 짓는다.

이 책을 다 읽고 나서,
읽는 내내 생각했던 것처럼 누군가에게 편지를 쓰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책 속의 모토지로와 리리카처럼,
속 시원히 모든 것을 털어놓을 수 있는 누군가.

아직은 없지만 언젠가는 만들 수 있으리라 생각한다.
그 때를 대비해서라도 편지를 열심히 연습해야겠다고도 생각했다.

암튼 이 둘의 편지를 통해 쌓인 우정이 무척이나 부러웠던,
그래서 나 역시 편지를 쓰고 싶게 만들었던 책이다.

외롭고 힘들 때 한 번쯤 본다면 힘이 되지 않을까 조심스레 생각해본다.

평점 ★★★★

인상깊은 구절-
나는 힘내라고 말하고 싶지 않다.
힘내라, 열심히 살아라.
격려 하는 소리만 넘치는 세상.
이제 사람들은 그런 말로는 참된 힘이 솟지 않아.
나는 도리어 이렇게 말하고 싶어.
힘내지 않아도 괜찮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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