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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7. 10. 3. 22: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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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행복>
내가 좋아하는 남녀배우가 주연을 맡았다는 것만으로 바로 리스트에 올렸던 영화.

감독은 허진호감독.
허진호감독하면 딱 떠오르는 것이 있다.

"어떻게 사랑이 변하니?"

이 대사를 내뱉은 유지태의 모습보다,
이 장면이 나왔던 영화의 감독이름이 더 깊게 박혀 있다.
저 한 마디 대사만으로도 상당히 많은 생각을 하게 만들었던 감독.
내가 생각하기에 허진호감독의 영화는 불친절하다.
[여기서 불친절하다는 건 즉 아무 생각 없이 볼 수 없다는 뜻.]

이번에 개봉한 <행복>도 무척이나 불친절한 멜로다.
분명 <행복>은 멜로영화다.
주인공은 <너는내운명>의 황정민, <미안하다사랑한다>의 임수정.

두 작품 모두 꽤나 애절한 사랑을 그렸던 작품들이었기에,
이 둘의 만남 또한 무언가 있으리라 기대했다.

다시 말하지만 <행복>은 불친절하다.

일반적인 영화들처럼.

이건 슬픈 이야기야. 이건 슬픈 이야기야. 이쯤에서 울어야해.

이런 식으로 눈물샘을 자극해나가지 않는다.

이건 슬픈 걸까, 뚝-

이런 식이랄까.
다른 영화들처럼, 눈물나는 이야기니 관객도 눈물흘려라는 식으로,
확연히 드러나는 슬픔이 느껴지지 않는다.
다른 영화들이 LNG같은 슬픔이라면,
<행복>은 LPG같은 슬픔이다.
가스가 새고 있어도 위로 뜨지 않고 밑으로 깔려서 쉽게 인지하지 못하는 LPG처럼,
분명 슬픈분위기가 새어나오고 있지만,
그것을 확연하게 느낄 수가 없다.
그러다 나도 모르게 묵직하게 깔린 슬픔에 빠져버리고 만다.

개인적으로 인상 깊었던 장면.

임수정의 울음소리를 뒤로 하고 걸어가는 황정민의 모습.
<조제, 호랑이 그리고 물고기들>의 츠네오가 떠올랐다.
현실을 택했던 츠네오와, 현실을 택하는 영수(황정민)의 모습이 겹쳐지면서,
츠네오의 오열이 기억나면서, 영수의 모습이 더 생생하게 느껴졌다.

또 하나.

"밥 천천히 먹는 것 지겹지 않니? 난 지겨운데."
라며 밥상머리에서 일어나 밖으로 나가는 황정민.
묵묵히, 그러나 여전히 천천히 먹을 수 밖에 없는 임수정.

그 순간의 느낌은 차마 내 부족한 어휘력으로는 구사할 수 없을 정도의 느낌이었다.


어찌 보면 이 영화는 지루한 영화일 수 있다.
불친절하게 전후설명이 없기에.
어찌 보면 이 영화는 매끄럽지 않은 영화일 수 있다.
불친절하게 뚝뚝 끊어버리기에.
어찌 보면 이 영화는 이해하기 어려운 영화일 수 있다.
말했다시피 불친절한 영화이기에.


하지만 난 이 영화의 묵직한 슬픔에 취해버렸다.

참 많은 생각을 할 수 있었던 영화.
영화를 보면서 뿐만 아니라,
보고 나서도 생각이 많아지는 영화였다.

나 혼자만 몰래 간직하고픈 마음에 추천하고 싶지 않을 정도로 참 많이 좋았던 영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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