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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8. 11. 29. 02: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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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연이었다.
정말 우연히 너를 보게 되었다.
난 너를 보기 위해 그 곳에 간 것이 아니었다.
그저 우연히 그 곳을 지나치다가 우연히 너를 만났을 뿐이었다.

어디서였는지도 모를.
누구에게서였는지도 모를.

어디선가 봤던 것 같은 모습과 어디선가 들었던 것 같은 이름.

확실치도 않은 그 어디선가 ~ 했음직한 것들로 나는 너에게로 다가갔다.


그렇게 우리의 만남은 시작되었다.


다시 말하지만 난 너를 만나고 싶지 않았다.
아니, 만나려고 했던 것이 아니었다.

그래서 그저 크게 신경을 쓰고 있지 않았었다.
가끔 보게 되면 아~ 하면서 잊어버리지 않을 뿐이었다.

그러다 그냥.
갑자기.
무심결에.
네가 보고 싶었다.

새삼스러운 일도 아니었다.
이렇게 갑자기 심심해서 보게 된 건 너 말고도 여럿 있어 왔으니까.


그런데 너는 달랐다.

처음으로 너의 이야기를 진지하게 접하게 되었다.
나는 슬프다는 것과는 차원이 다른 수치심을 느끼고 있었다.
이야기를 하는 너보다도,
너에게 그런 이야기꺼리 생기게 만든 이 나라, 이 사람들이..
바로 내 나라 내 이웃들이었다는 것에 난 수치스러웠다.

그리고 슬퍼졌다.

너는 아무렇지도 않게 너의 이야기.
네가 접한 다른 사람들의 이야기를 떠들어대고 있었다.

난 후회가 밀려오기 시작했다.

심심풀이로 시간때우기로 너를 볼 수가 없었기 때문이다.

그렇게 너의 이야기가 끝나기도 전에 난 고개를 돌려버렸다.

그대로 있을 수가 없었다.
너의 이야기가 끝날 때까지 참을 수가 없었다.


그래서 너를 다시 보지 않으려 했다.

하지만...

그럴 수는 없었다.


그것이 현실이었으니까.
이 나라 어딘가에서 벌어지고 있는 현실이고 현재이니까.

물론...
나조차 이해가 가지 않는 그런 사람도 있었지..

하지만 네 이야기 속의 대부분은..
너무..
너무나..
너무나도..
참담한 현실을 버텨오는 사람들이었다.

네 이야기 속 잠시 잠깐 흘러갔던 한 단어.

'불법사람'

가슴이 무너져 내리는 것 같았다.

아.
그만 두어야겠다.

너를 떠올리기조차 힘들다.

차마 내가 너의 이야기를 쓸 수가 없다.


그냥 네가 누군지 밝히는 게 낫겠지.
혹시나 너를 만나고 싶어하는 사람들이 너를 찾아갈 수 있도록.

물론 나는 말리고 싶다.
물론..
이 세상의 나쁜 사람들은 영화 속에나 존재했으면 좋겠지만...
현실 속에 너무나도 많은 것이 사실이지만..
그래도 착한 사람들도 있으니까..
그 사람들이 너를 만나고 나처럼 가슴 아파하게 될 까봐 말리고 싶다.
난 결코 착한 사람이 아닌 데도...
이토록 참담한 심정인데..
내가 왜 너를 만났을까 싶을 정도인데..
다른 사람들은 오죽할까 싶어서.

말리고 싶다.
왠만해선 너를 피하라고.


하지만.......
너를 만나 보라고 하고 싶은 마음도 있다.
너를 만나서 현실을 똑똑히 바라보라고 하고 싶기도 하다.

도대체 무얼까.
이 모순된 심정은.

그래.
선택은 자유니까.

그저..
너의 이야기 속.
인상 깊었던 몇 마디를 첨언해 볼 뿐..

"나도 맞으면 아프고 슬프면 눈물이 나는 사람이다."

말해요, 찬드라 - 10점
이란주 지음/삶이보이는창


덧. 올해는 복학을 해서 책을 많이 못 읽었네요.
이제 취직도 했고 해서
정말 오랜만에 책을 읽었는데..
좀 많이 가슴이 쓰렸습니다.
그래서인지 어쩌다보니 리뷰가 이상하게 써졌는데..
암튼.

그렇다구요 ;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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