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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7. 6. 27. 21: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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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쥐를 잡자 - 푸른도서관18  임태희 지음
출판사 푸른책들과 계간 이 제정한 제4회 푸른문학상 '미래의 작가상' 부문 수상작. 원치 않은 임신을 한 여고생의 이야기를 실감나게 그렸다. 성에 대해 취약한 우리 청소년의 현실을 돌아보고 위험성을 인식하게 만드는 동시에 대책 마련이 시급하다는 사실을 일깨워 주는 작품.

제목을 보았다.
[쥐를 잡자 쥐를  잡자 찍찍찍.]
한 때 TV에서 자주 흘러나오던 놀이가 떠올르는 제목이었다.
제목만 보고선 선뜻 어떤 책일지 감이 잡히지 않았다.
줄거리를 보았다.
원치 않는 임신을 한 여고생의 이야기.
아. 그제서야 제목과 표지가 이해되었다.
제목에서 말하는 쥐. 원치 않는 임신.
표지에서 보이는 새카만 어둠.
그렇게 난 줄거리만 보고서 무작정 이 책을 구매해 버렸다.

주인공의 이름은 주홍. 여고생이다.
주홍이의 담임은 초임교사.
무언가 발랄한 느낌일 것만 같은 이 인물들과 어울리지 않게,
이 책은 표지에서 보이는 어두운 분위기로 흘러간다.

이 책에는 크게 봤을 때 세가지 사회문제가 등장한다.
교권붕괴, 미혼모, 청소년임신.

선생님이란 위치가 무너진 교실에서,
부족한 경험과 실제와 다른 이론만으로 무장한 최선생은 당황스럽기만 하다.
아이들은 말을 듣지 않고 교사를 무시하고 학교는 틀에 박힌 지시만 내리는 상황.
이러지도 못하고 저러지도 못하는 위치에서,
돌발적인 상황들을 대처하는 최선생을 지켜보는 것은 불안하기만 하다.
주홍이네 학교는 임신하여 아이를 낳았던 여학생은 자퇴'시킨' 전례가 있다.
더 말도 안 되는 건 상대방 남자는 별 탈 없이 학교 생활을 잘 하고 있었다.
이것이 꼭 소설 속의 이야기일까?
얼마전 떠들썩했던 성폭행사건을 재조명할때도 역시나 이런 문제가 드러났다.
성폭행'피해자'를 받아주는 학교를 찾기가 힘들다는 것.
그 지역 뿐만 아니라 우리나라의 현실이 그러했다.
그러한 현실을 책 속에서까지 접해야만 했다.
그리고 현실과 마찬가지로 책 속에서도 가만히 있을 수 밖에 없었다....

이것 뿐일까.
주홍이의 엄마는 미혼모다.
생각도 못했던 임신.
하지만 주홍이의 엄마는 아이를 지우거나 버리기보다는 미혼모의 길을 택했다.
홀로 양수가 터진 몸을 이끌고 수녀원 문을 두들겼던 스무살나이.
하지만 세상은 용기 있는 선택이라고 따스히 바라보기보다는 철저히 무시하고 수근댔다.
그리고 이 역시 어느 상상력 뛰어난 사람이 지어낸 이야기가 아니라,

우리네 현실이었다.

주홍이는 엄마의 그런 아픈 세월을 알았고,
결벽증으로 화한 엄마의 아픔을 이해하고 받아주었다.
어릴 때부터 엄마를 위할 줄 알았던 아이 주홍이.
그런 주홍이는 엄마와 같은 입장이 되었음에도 그 사실을 알리지 않았다.
홀로 생각을 정리하고 선택을 하고 확인 차원에서 통보하듯 건넨 말.
그리고 역시나 싶은 엄마의 반응.
나중에야 엄마는 후회하지만 주홍이는 그런 엄마를 이해한다.

주홍이는 결국 쥐를 잡는다.
아니, 그것은 쥐가 아니었다.
[거기엔 사람 하나가 웅크리고 있었다. 손도 있고 발도 있다. 쥐가 아니다!]
자신의 뱃속에 쥐가 있다고 믿었던 주홍이.
그래서 쥐를 잡았던 주홍이.
그러나 자신을 괴롭힌 건 쥐가 아닌 자그마한 사람이었다.
그  한 생명이 세상에 나와 빛을 보지도 못한 채 쓰레게 통속에 버려지는 과정을 '내가 만들었다'고 믿는 주홍이.
결국 그 죄를 씻기로 한다.

주홍이의 담임선생님이었던 최선생이 말하는 부분이 와 닿았다.
[내 심장 속에 남몰래 간직해 오던 유리병이 산산이 부서져 날카로운 파편이 되었다.
심장이 뛸 때마다 찌르는 듯한 통증이 느껴졌다.]

이 책을 읽고 가슴 한 구석은 날카로운 파편들로 가득찼다.
160페이지가 채 되지 않은 얇은 책이지만, 그것이 남긴 것은 너무도 묵직했다.
이 책은 판타지소설이 아니다.
물론 수필 또한 아니다.
말 그대로 소설. 지어낸 이야기이다.
하지만 현실이었다.
믿기 싫지만 이것이 현실이었다.
그래서 더 가슴 아팠고 더 미안했고 더 부끄러웠다.

지금도 현실에선 원치 않는 임신이 발생하고, 낙태를 당하는 생명들이 사그러져가고 있다.
보기 싫은 현실이지만 그것이 현실이기에 바라보아야만 한다.
이 책은 그냥 소리소문 없이 묻히기엔 너무도 아까운 책이라 생각한다.
출판사를 보니 전에 내가 "대한민국이 읽었으면 하는 책"이라고 리뷰를 썼던 책의 출판사였다.
분류상으로는 청소년소설로 분류되어 있지만 모두가 읽어야 할 책이라고 본다.

그냥.
읽어 보라는 말 밖엔 할 수가 없는 책이다.

하나 덧붙이자면,
[쥐를 잡자] 에서 주홍이가 어떤 과정으로 임신을 하게 되었는지는 생략되어 있다.
그 전 상황이 생략됨으로 인해 그 이후의 상황들에 집중을 할 수 있었다.

그리고 그런 내용을 보면서 2년전쯤에 읽었던 이 책이 떠올랐다.

별을 보내다
이 책은 [쥐를 잡자]의 주홍이 같은 실제 인물들의 수기모음집이다.
여중생부터 여대생까지 20여명의 미혼모들이 직접 쓴 글이다.
그들이 얼마나 많은 후회와 눈물을 흘리고 있는지.. 얼마나 두려워하고 있는지..
담담하게 때로는 절절하게 적혀 있다.
흔히들 임신과 출산을 축복이라 말한다. 태어난 날을 축하한다.
하지만 주위를 둘러보면 이렇듯 임신과 출산이 축복이 아닌 저주로 새겨지는 이들이 존재한다.
태어난 날도 모른 채 버려지는 이들이 존재한다.
그들을 외면하고 비난할 수만은 없다.
그들이 그렇게 된 데에는 이 사회의 책임 또한 면하기 어렵기 때문에.

너무나도 미약한 성에 대한 인식들.
성에 무방비로 방치된 우리 아이들. 동생들. 친구들.


위 두 책은 그런 아이들을 저주받고 버림받지 않는 삶을 살 수 있게끔,
그들에 대한 관심을 갖게끔 만드는 책들이다.
그리고 예방 차원이 아닌, 이미 버림받고 저주받은 그런 이들에 대한 관심을 갖게끔 만드는 책이다.

평점을 매기는 것도 우습다.
재미가 있느냐 없느냐는 중요하지 않다.
그저 '읽어야만 하는 책' 이다.


인상깊은 구절-
신은 나를 버렸다.
나는 신마저도 구원하기로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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