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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7. 6. 21. 19: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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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천사의 알  무라야마 유카 지음, 양윤옥 옮김
열아홉 살의 재수생 아유타와 여덟 살 연상의 여인 하루히의 운명적인 사랑이야기. 문득 눈에 든 한 사람이 가슴에 얼얼한 통증을 몰고 오는 만남의 신비를 그린다. 에쿠니 가오리, 요시모토 바나나와 어깨를 나란히 하는 일본의 여성 작가 무라야마 유카의 데뷔작으로, 1993년 소설 스바루 신인상을 수상했다.

나를 너무도 닮은 캐릭터. 그래서 빨려 들었던 책.
이 책을 접하게 된 계기는 내가 2006년 가장 인상깊게 본 책들 가운데 하나였던,
'별을 담은 배'의 작가의 데뷔작이었기 때문이다.
이 책의 줄거리는 너무도 진부하다.
연상녀와 연하남이 커플. 삼각관계가 등장.
잘 나가는 여주인공과 좀 못 나가는 남주인공.
여자집안에서 반대. 상처를 안고 사는 주인공. 등등.
그럼에도 내가 이 진부해 보이는 책에 빨려 들었던 건,
책 초반부에 주인공의 독백이 너무도 와닿았기 때문이다.

이따금 나는 아무려나 상관없는 거짓말들을 했다.
나 자신을 고스란히 드러내는게 두려웠기 때문이다.

나 역시 그랬었다.
나 자신을 고스란히 드러내는 게 두려워 거짓으로 포장하곤 했다.
게다가 그 거짓은 나와 상관이 없는 그런 거짓이었다.
나와 상관이 있으면 안 되니까.
그런데 그랬던 나를 콕 집어 말하는 듯한 저 구절을 보고 캐릭터와 동화되기 시작했다.
이 뿐만 아니다. 주인공의 친구가 주인공을 평가하는 부분이 있었다.

너는 네가 아직 하지도 않은 일까지 후회를 하냐.


난 이 문장을 읽는 순간 뜨끔했다.
정말 나에게 일갈하는 듯한 느낌이었기 때문이다.
난 후회를 많이 하는 편이다.
심지어 저 대사와 같이 아직 하지도 않은 일까지 미리 예상해보고 후회하기도 한다.
고쳐야지 고쳐야지 하면서도 쉽사리 고쳐지지 않는 부분이다.
그런데 이렇게 별 생각 없이 보던 책 속에서,
뜨끔하게 만드는 말을 들었으니 책에 집중하지 않을 수가 없었다.
여자 주인공이 남자 주인공에게 조언하는 부분도 있다.

잃어버리지 않았으면 하는 게 있어. 좋은 의미에서의 '젊은 혈기'랄까? 그런거.
그래, 한마디로 말하면 한 번 하겠다고 마음 먹은 건 절대로 포기하지 않는 격함이랄까 거침 같은 거.

이 부분도 나에게 조언하는 듯한 느낌을 받았다.
이렇듯 너무도 나를 닮은 듯한 남자주인공에게 빨려 들다보니,
진부해 보이는 스토리임에도 굉장히 몰입해서 읽을 수 있었다.
후반부에 갑자기 마무리되는 듯한 부분이 등장하는데,
내가 이 책에 몰입하지 않았다면 '뭐 이러냐?' 하고 까칠하게 굴었을 부분이다.
하지만 몰입하다 보니 그 뜬금없는 부분조차 무척 현실감 있게 느껴졌다.
사실 사람 앞 일이란 건 모르니까 말이다.
오히려 아무런 전조 없이 그렇게 뜬금없이 벌어지는 일이 더욱 현실과 가까운 것도 사실이다.
그리고 그렇게 갑작스러운 상황 앞에 후회하는 남자주인공의 모습도 와 닿았다.
어쩌면 평생 후회할 지도 모른다.
'평생'까지는 가지 않더라도 오랫동안 그것이 사라지지 않을 지도 모른다. 내 경험에 의하면.
어쩌면 그렇기 때문에 마지막까지도 주인공과 동화될 수 있었던 듯하다.

책속의 캐릭터에게 동화된다면 재미있게 읽을 수 있겠지만,
그렇지 못하다면 그냥 요새 범람하는 일본소설 중에 하나에 불과할 지도 모르는 책이다.
어쨌든 처음부터 끝까지 남자주인공의 캐릭터가 너무도 나를 닮아 놀랐던 책.


인상깊은 구절-
서둘러서는 안 된다. 단지 결코 포기하지만 않으면 된다.

평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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