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7. 6. 21. 19: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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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를 너무도 닮은 캐릭터. 그래서 빨려 들었던 책.
이 책을 접하게 된 계기는 내가 2006년 가장 인상깊게 본 책들 가운데 하나였던,
'별을 담은 배'의 작가의 데뷔작이었기 때문이다.
이 책의 줄거리는 너무도 진부하다.
연상녀와 연하남이 커플. 삼각관계가 등장.
잘 나가는 여주인공과 좀 못 나가는 남주인공.
여자집안에서 반대. 상처를 안고 사는 주인공. 등등.
그럼에도 내가 이 진부해 보이는 책에 빨려 들었던 건,
책 초반부에 주인공의 독백이 너무도 와닿았기 때문이다.
이따금 나는 아무려나 상관없는 거짓말들을 했다.
나 자신을 고스란히 드러내는게 두려웠기 때문이다.
나 역시 그랬었다.
나 자신을 고스란히 드러내는 게 두려워 거짓으로 포장하곤 했다.
게다가 그 거짓은 나와 상관이 없는 그런 거짓이었다.
나와 상관이 있으면 안 되니까.
그런데 그랬던 나를 콕 집어 말하는 듯한 저 구절을 보고 캐릭터와 동화되기 시작했다.
이 뿐만 아니다. 주인공의 친구가 주인공을 평가하는 부분이 있었다.
너는 네가 아직 하지도 않은 일까지 후회를 하냐.
난 이 문장을 읽는 순간 뜨끔했다.
정말 나에게 일갈하는 듯한 느낌이었기 때문이다.
난 후회를 많이 하는 편이다.
심지어 저 대사와 같이 아직 하지도 않은 일까지 미리 예상해보고 후회하기도 한다.
고쳐야지 고쳐야지 하면서도 쉽사리 고쳐지지 않는 부분이다.
그런데 이렇게 별 생각 없이 보던 책 속에서,
뜨끔하게 만드는 말을 들었으니 책에 집중하지 않을 수가 없었다.
여자 주인공이 남자 주인공에게 조언하는 부분도 있다.
잃어버리지 않았으면 하는 게 있어. 좋은 의미에서의 '젊은 혈기'랄까? 그런거.
그래, 한마디로 말하면 한 번 하겠다고 마음 먹은 건 절대로 포기하지 않는 격함이랄까 거침 같은 거.
이 부분도 나에게 조언하는 듯한 느낌을 받았다.
이렇듯 너무도 나를 닮은 듯한 남자주인공에게 빨려 들다보니,
진부해 보이는 스토리임에도 굉장히 몰입해서 읽을 수 있었다.
후반부에 갑자기 마무리되는 듯한 부분이 등장하는데,
내가 이 책에 몰입하지 않았다면 '뭐 이러냐?' 하고 까칠하게 굴었을 부분이다.
하지만 몰입하다 보니 그 뜬금없는 부분조차 무척 현실감 있게 느껴졌다.
사실 사람 앞 일이란 건 모르니까 말이다.
오히려 아무런 전조 없이 그렇게 뜬금없이 벌어지는 일이 더욱 현실과 가까운 것도 사실이다.
그리고 그렇게 갑작스러운 상황 앞에 후회하는 남자주인공의 모습도 와 닿았다.
어쩌면 평생 후회할 지도 모른다.
'평생'까지는 가지 않더라도 오랫동안 그것이 사라지지 않을 지도 모른다. 내 경험에 의하면.
어쩌면 그렇기 때문에 마지막까지도 주인공과 동화될 수 있었던 듯하다.
책속의 캐릭터에게 동화된다면 재미있게 읽을 수 있겠지만,
그렇지 못하다면 그냥 요새 범람하는 일본소설 중에 하나에 불과할 지도 모르는 책이다.
어쨌든 처음부터 끝까지 남자주인공의 캐릭터가 너무도 나를 닮아 놀랐던 책.
인상깊은 구절-
서둘러서는 안 된다. 단지 결코 포기하지만 않으면 된다.
평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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