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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7. 1. 13. 14: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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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목요일의 아이 - 햇빛다솜소설 4  김민숙 지음



이 책을 보게 된 건 정말 우연이었다.
우연한 기회에 이 책이 무척 오래된 소설이란 걸 알게 되었고,
헌책방에서 예전 책들을 찾던 재미를 맛보던 나는 이 책을 사게 되었다.
헌데, 헌책방이 아닌 인터넷서점 알라딘에서 이 책을 주문했다.
공교롭게도 내가 이 책을 주문하고 나서 품절 표시가 뜬 걸로 보아..
거의 마지막 책을 샀던 게 아닌 가 싶다.
내가 소장한 책은 1989년도 초판본이다.
책 값은 3300원. 아마 출간당시 3000원이었다가 중간에 한 번 10%인상(?)했던 것 같다.
내가 이렇게 생각하는 이유는 당시 책들이 실린 책갈피가 끼워져서 왔는데..
거기엔 3000원으로 찍혀있어서다.

각설하고,
이 책의 중심축을 살펴보자면 고딩남녀의 풋사랑이다.
지금에서야 뭐 유치원생들도 뭐 애인이니 뭐니 하는 시대니까 우습게 보이지만.
이 책의 시대배경인 70년대 후반 내지 80년대 초반,
남녀가 유별했던 당시로써는 그런 남녀간의 풋사랑이 참 애틋하게 느껴질 만하지 않았을까.
뭐 나야 그 시대를 겪지 않아서 잘 모르겠다.
하지만 확실한 건.
정말 순수한 풋사랑의 느낌이 풀풀 풍겨난다는 것이다.

이 책의 내용은 정말 통속적이고 뻔한 내용이지만,
풋풋함이 풍겨나는 문체로 인하여 그러한 뻔한 스토리조차 색다르게 느껴진다.

이 책의 진행방식은, 각각의 남녀주인공인, 준형이의 일기와 가은이의 노트로 나뉜다.
요새 많이 알려진, <냉정과열정사이>나 <사랑후에오는것들>처럼..
두 주인공의 입장에서 각각의 일기내지 이야기를 적는다.
그렇게 서로에게 느끼는 사랑에 대한 이야기들이 지극히 자기주관적이면서도
지극히 어른스러운 작가의 주관이 들어가있기도 해서 이래저래 재밌게 읽을 수 있었다.
준형이가 자신이 가은이에게 느끼는 감정을 뭐라 설명할 지 몰라하는 장면이 있다.
그때 준형이의 형은 그것이 바로 사랑이라고 일침을 놓는다.

[같이 있으면 마음이 편안해지고, 바라보고 있으면 어쩐지 따뜻하고,
돌아서면 어쩐지 불안하고, 그애의 안부가 걱정스럽고, 곁에서 보호해줘야 될 것 같고,
내 존재가 그애에게 짐스럽지 않고 오직 기쁨이기를 바라는 이러한 마음이
바로 사랑이란 말인가.]

사랑이란 것을 입에 담기 부끄럽고 창피하고 그랬던 준형이가,
자신이 느끼는 것이 사랑인지, 독백하는 장면인데..
난. "그럼. 그게 사랑이지." 라고 말해주고 싶은 심정이었다.
저런 상황이 사랑이 아니면 뭐란 말인가.
뭐 우정일 수도 있겠지만.. 난 기본적으로 저정도로 빠져있다면 사랑이라 생각한다..
준형은 사랑에 대한 회의를 느끼기도 하는 데 다음과 같은 말을 한다.

[사랑으로 이루어지지 않을 일이 있다고 어찌 알았으랴. 불가사의한 사랑의 힘.
그것은 바보들이나 믿는 것이다. 사랑은 아무것도 아니다.]

사랑에 대한 회의를 느낄 땐 사랑따윈 필요없다거나 사랑이 뭐가 중요하냐는 등의,
말을 하지만 그럼에도 사랑으로 괴로워하고 또다시 사랑으로 돌아가곤 한다.
해피엔딩을 꿈꿨지만 해피엔딩인지 아닌지는 명확하지 않다.
다만 딱 내가 좋아하는 타입의 엔딩을 보여준다.
그래서 더 마음에 들었는지도 모르겠다.

한 편, 이 책에는 준형이와 가은이의 러브스토리 외에 다른 이야기가 나온다.
작품의 중후반부터 상당히 비중있게 다뤄지는 선주의 고아원 이야기다.
가은이는 자신이 불행하다고 생각했지만, 자신보다 더 불행하게 보이는,
선주와 고아원아이들을 보면서 참 많은 생각을 한다.
위에서도 밝혔듯이 이 책은 각 주인공의 일기형식으로 진행되다보니,
가은이가 철저하게 자기 입장에서 서술하는 장면들이 있다.

[이 쭈그러진 양은 그릇 속에 든 밥과 두부 두어 쪽이 전부인 멀건 국,
그리고 허옇게 신 냄새나는 김치, 말라빠진 단무지 몇 쪽을 앞에 놓고도
감사의 기도를 올려야 하는 것일까. 부모가 누군지도 모른 채 이 먼지 냄새만 나는
부서질 것 같은 일본식 목조 가옥에서 돌봐주는 사람도 없이 살면서도, 그래도 죽지 않고
살아 있어서 이런 거나마 먹고 살아 남는 게 그리도 고마와할 일이란 말인가. <중략>
다른 아이들은, 부모가 있는 아이들은, 그 나이 땐 하루 종일 싫도록 군것질을 하고,
우유니 아이스크림이니 요구루트니 영양가 있는 것만 잔뜩 먹고도,
반찬 투정을 하고 밥을 잘 먹지 않아서 엄마들의 걱정을 끼치는데,
그게 뭐 그리 감사할 일이라고 '아멘'이 다 뭐냐고......]

참 많은 공감이 갔던 말들이다.
그러고보면 항상 조금 덜 가진 자들은 감사해하며 살지만,
조금 더 가진 자들은 감사해 할 줄 모르며 지내는 것 같다.
항상 가진 자들은 더 가지려 욕심부리고 남들 것을 빼앗고 하지만,
덜 가진 자들은 지금 있는 거나마 만족하고 감사하며 지낸다.
위에서 가은이가 화가 나는 슬픔을 느낀 것도 그 때문이다.
왜 고작 이런 거에 감사해 해야만 하느냐..
가은이가 처음 고아원에 갔을 때 아이들은 낯선 이를 경계하는 모습을 보이지만..
정에 굶주린 그 아이들은 이내 가은이나 그 친구들과 정을 붙인다.
가은이가 고아원을 떠나게 되면서 정이 들었던 아이들과의 이별을 하는 장면이 있다.

[사람과 사람이 만나서 서로 알게 된다는 것, 그게 얼마나 무서운 것인가를
나는 희망 고아원의 어린 친구들을 통해서 알게 되었다.]

사람이 서로 알게 되어 정이 들어 버리면 그 관계가 끊어질 때가 오는 것이 무섭기 마련이다.
가은이가 "무서운 슬픔"을 표현한 저 장면도 참 인상적이었던 부분이다.

이 책은 표지에도 있듯이 하이틴소설이다.
근래에 유행했던 N세대하이틴소설이라는 이름의 인터넷소설들이 있는데..
그런 것과 마찬가지로 별 생각없이 술술 읽히는 책이다.
하지만 그런것과는 차원이 다르게 무언가 생각할 꺼리도 있는 책이다.
예전의 순수했던 시절이 그리운 분들이라면 권하고 싶은 책이지만..
모든 이들에게 추천할 수 있진 않을 것 같다.


평점 ★★★☆

인상깊은 구절-
엄마에게도 이름이 있다. <중략>
그건 하나도 이상해 할 일이 아니다.
엄마도 살아 있는 사람이고 누군가 그 이름을 불러 주는 사람이 있다는 건
너무나 당연한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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