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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7. 5. 16. 00: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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빠꾸와 오라이.

아..아주 익숙한 말들이다.
그런데 이런 말들이 아주 많다.
이 책은 우리말 속에 알게 모르게 살아 숨쉬는 일본말을 정리한 책이다.

난 소위 말하는 10대때 아구지나 아구창을 날린다는 말을 썼다.
그냥 은어로만 알았는데..
이 책을 보니 '아구'가 턱을 뜻하는 일본말이었다.

어릴 때 많이 쓰던 크레파스.
그냥 상품종류로만 알았는데..맙소사.
크레용과 파스텔을 일본식으로 축약시킨 말이었다.

난 그리고 와이샤쓰가 목부분이 Y자형태라서 Y자와 셔츠라는 영어가 합쳐져 만들어진 줄로만 알았다.
아뿔사...설마설마 했던 그 어원의 정답은..
화이트셔츠였다.
그것이 일본식으로 굳어진 것..

이 책에는 이런 식으로 알면서도 자연스럽게 써 왔던 우리말 속 일본말.
혹은..
생각지도 못하는 사이 자연스럽게 써 왔던 우리말 속 일본말.
이런 내용을 지은이의 추억과 함께 풀어내고 있다.
이 책의 지은이는 '야생초편지'라는 책으로 친숙한 황대권님이다.
당시 알려졌다시피 지은이는 교도소에 수감되었었다.

그리고 이 책은 교도소에 수감되었을 당시 편지의 형태로,
자신의 추억담과 함께 일본말을 찾아내는 작업으로 구성되어 있다.

이 책을 보면서 재미있었던 점은,
익숙한 단어가 상당히 많이 보였다는 점이다.
난 80년대생인데, 그런 내가 50년대생인 지은이의 추억담을 보면서 상당부분 동감했다는 것은...
참 신선한 충격이었다.
내가 상당히 도시화가 더디게 진행된 곳에서 자랐거나 아니면
일본말의 생명력이 여전히 굳건하다는 점이라 할 수 있겠다.

하기사 요즘도 당구장에 가면 히네루니 겐세이니 하는 말들을 쉽게 들을 수 있다.
가위바위보 대신 짱겜뽀라고 하는 경우도 종종 보이고..
학생들 사이에선 쿠사리니 간지니 하는 말을 여전히 쓰고 있다.
어른들은 여전히 몸뻬바지나 입빠이 채워달라는 식의 말들이 익숙하고..

저자는 작가의 말에서 이렇게 말하고 있다.

'내가 이 작업을 하게 된 동기도 단순히 일본말을 추방하자는 의도가 아니다.'

솔직히 난 일본을 그리 좋아하지 않지만..
한때 유행이다시피 했던 일본말추방운동(?)은 좀 의아했다.
아름다운 우리말이 있음에도 사용되었던 정체불명의 일본말들은 물론 바뀌어야 하지만..
일본말을 추방한답시고..
또다른 외래어인 한자식조어나 영어등을 끌어들이는 것은 정말 뜻밖이었다.
심지어는 그 말의 어원이 일본인 것들까지 일본말이니 바꾸자는 식으로 나왔으니 말이다.
그러고보면 그럼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판치는 일본말이 참 대단하다고 느껴진다.
어차피 뿌리까지 뽑아버릴 수 없을 정도로 우리 곁에 숨쉬고 있다면,
이런 식으로 그 어원을 찾고 그 뜻을 찾아,
최소한 무슨 말인지는 알고 우리식으로 쓰는 것도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뭐..난 콩글리쉬랍시고 우리식 영어조어를 모조리 배척하는 것도 탐탁치 않았다.
우리나라에 들어와 우리식으로 정착된 말을 잉글리쉬가 아니라는 이유로 바꾸려드는 것이 말이다.
중국어도 마찬가지다.
같은 한자를 써도 중국인들은 이해못할 우리만의 한자어들도 많다.
이런 것이 잘못되었다고는 보지 않는다.
반복해서 말하지만..
뿌리까지 뽑아서 모조리 순우리말로 바꿀수 없다면..
우리네 실정에 맞게 우리에게 맞게 우리식으로 바꿔서 우리끼리 쓰는 것도 괜찮겠다는 것이다.
적어도 그게 어떤 식으로 생겨났고 어떤 뜻인지만 알고 쓴다면 말이다..

지은이가 이 책을 지은 이유도 그러했고, 난 그 주장에 동감한다.
무엇보다..
이런 복잡한 거 다 필요 없이..
이 책은 '추억 속의 단어들을 다시 접할 수 있는 재미'가 있다는 점에서 추천한다!

  빠꾸와 오라이 - 황대권의 우리말 속 일본말 여행  황대권 글.그림
의 저자 황대권이, 육칠십 년대 한국인들이 일상적으로 써온 일본말 이백사십여 개를 추려내어 어린 시절의 추억과 함께 들려준다. 안동교도소 수감 생활 중이던 1993년, 동생에게 보낸 편지글을 묶어 펴낸 옥중서간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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