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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7. 1. 22. 21: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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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어느 날 내가 죽었습니다 - 반올림 01  이경혜 지음, 송영미 그림
중학교 3학년 유미는 오토바이 사고로 죽은 재준이의 일기를 읽게 된다. '어느 날 내가 죽었습니다. 내 죽음의 의미는 무엇일까요?'라는 섬뜩한 글로 시작한 재준이의 일기를 읽어내려가며, 함께 한 추억을 더듬는다. 짝사랑, 성적, 학원, 선생님... 평범한 중학생의 일상이 펼쳐진다.

어느 날 내가 죽었습니다.
내 죽음의 의미는 무엇일까요?

첫 페이지가 위와 같이 시작하는 한 소년의 일기장이 있다.
그 소년이 죽은 뒤 발견된 일기장.
그 일기를 발견한 부모는 자신의 죽음을 예고한 듯한 저 문구를 접하고 차마 읽질 못한다.
그래서 죽은 소년과 가장 친한 친구를 찾아가 먼저 읽어달라고 부탁을 한다.
죽은 소년과 가장 친한 친구. 유미가 이 책의 주요 화자로 등장한다.

난 이 책의 제목을 처음 접하자마자 무언가가 빨아들이는 듯한 느낌을 받았다.
그리고 이 책에 대해서 알아보았는데 청소년소설? 중학생소설?
여하튼 청소년권장도서로 불릴 만한 책이란 걸 알았고,
이 책에 대한 독자들의 평가 또한 전반적으로 후하다는 점도 알았다.
10대도 아닌 데 뭔 이런 책을 읽냐는 생각도 들었지만,
올 초의 다짐이 장르 불문하고 다양한 책을 읽어보자는 거였기에..
또한 이미 지난해에도 어린왕자아낌없이주는나무.. 이런 동화(?)도 읽은 마당이니..
청소년소설이라고 안 읽을 이유또한 없다고 생각하고 과감하게 질렀다.
지른 소감에 대해서 간단히 말하자면 만족스럽다.

다시 책 이야기로 돌아가자면,
이 책은 프롤로그에 등장한 두 줄의 문구를 통해..
"죽음"에 대한 청소년의 성찰을 이야기하는 듯보인다.
나 또한 그 시절 죽음에 대한 많은 생각을 했던 기억도 나서,
재준이의 이야기를 무척 관심있게 지켜볼 수 있었다.
그리고 그 재준이와 유미와의 우정..
그 우정을 중심축으로 하여 그들의 주위에서 벌어지는 이야기들이 회상되어지며 전개된다.
내가 이 책을 보면서 안타까웠던 점은 이 과정에서 지나치게 많은 이야기가 쏟아진다는 점.
아니 이야기라고 하기에도 짧은 독백내지 대사가 지나간다.
물론 그 이야기들에 구구절절 공감하는 것은 사실이지만,
180페이가량의 이 짧은 소설안에 그 이야기를 모두 담아내려 한 것은 무리였다고 본다.
유미의 가정환경과 관련된 사회에 대한 인식도.
성적지상주의에 빠진 교사에 대한 비판적 시각도..
학생을 이해할 줄 모르고 천편일률적으로 '길러내는' 학교에 대한 인식도..
남녀간의 우정을 이해못하고 의심하는 어른들에 대한 시각도..
그밖에도 등등..
이 책 속에 담긴 내용들은 모두 나도 생각하고 충분히 공감하는 내용들이지만..
너무 짧은 순간으로 스쳐지나간다.
내가 아쉬운 점은 그러한 점이다.
그래도 기본적으로 그러한 시각들에 공감하고 있는 입장이었기 때문에,
크게 소설밖으로 엇나가지 않고 스무스하게 읽혀갔다.
그리고 마지막에 와서 다시 반복되는 구절

어느 날 내가 죽었습니다.
내 죽음의 의미는 무엇일까요?

책에서 나오는 죽음의 의미는 스포일러방지상 이야기해 줄 수 없고...
잠시 이야기를 바꿔보자면..이 책을 접을 무렵, 가수 유니의 자살소식 이 들려왔다.
그러면서 레퍼토리라도 되는냥 자살한 연예인들의 리스트가 떴다.
공교롭게도 그 소식을 들을 무렵, 난 故서지원씨의 노래를 듣고 있었다..
죽음에 관련된 책을 읽으며 자살한 연예인들의 소식을 접한다....
왠지 모르게 오싹한 기분도 들었지만..
한 편으로는 죽음과 삶에 대해 다시 한 번 생각해 볼 기회라고 여겼다.
이 책의 재준이는 시체놀이를 잘 하는 아이였는데..
약간 변형된 형태의 죽은 영혼의 놀이를 하는 장면들이 있다.
여기서 깨달을 수 있는 것은.. 재준이가 말한 것처럼..

내가 이미 죽었다고 생각하고 모든 것을 바라보는 것이다.
그렇게 하면 모든 것이 얼마나 소중하고, 달라 보일까?

너무 흔해서 진부하게조차 들리는 말이 있다.
"오늘 당신이 살고 있는 하루는 어제 죽어간 이가 그토록 원하던 하루다."
귀찮아서 대충 생각나는 형태로 적었는데 대략 저런 뜻으로 기억한다.
간 사람은 간 거고.. 산 사람은 살아야지. 라는 말도 있다.

어제 떠난 이들이 그토록 원했던 하루.
그 단 하루를 난 지금 살고 있는 셈이다.
어쩌면 지금이 마지막 하루일 수도 있는 노릇이다.
그렇게 생각해보면 정말로 매순간순간이 너무도 소중하게 느껴진다.
내 나이 24.
어찌보면 죽음이라는 것과 멀기만 해 보이는 나이지만.
어제 자살한 유니씨의 나이는 27이었다.
내가 그토록 좋아했던 이은주씨가 자살했을 때도 26이었다.
그리고 서지원씨가 자살한 시점은 고작 20살이었다.
지금 내 나이보다도 더 적은 시절에 그는 죽었고,
지금도 이 세상을 경험해보지도 못하고 죽어가는 아이들이 많다.
언제 죽을 지 아무도 모르는 것이다.
이렇게 생각하니 지금껏 너무 시간을 낭비하며 살아왔다는 생각이 들었다.
오늘 못하면 내일하면 되지...라며 미루기에 익숙했던 나였다.
하지만 내일이란 건 없을 수도 있다.
더 나은 내일을 위하여... 내일을 꿈꾸며 사는 것도 중요하지만..
그 꿈꾸는 내일을 현실로 만들기 위해선 지금이 중요한 것이다..
난 내일의 꿈을 꾸기만 했지 오늘의 노력을 하진 않았다.
삶에 대한 끈을 꾹 부여잡았던 때도 있지만.. 삶에 익숙해지며 그 간절함도 무덤덤해졌다..
다시 한 번 가다듬어야겠다.
내가 평생을 미안해할 지도 모르는 이를 위해...
미안할수록 더욱 열심히 살아야겠다..
짧은 생에 경험하지 못했던 이 좋은 세상..나라도 오래도록 실컷 누리면서 살다가..
죽음이란 것을 마주했을 때.. 그땐 내가 경험한 이 세상의 이야기를 전해줘야겠다.
그러려면 더더욱 열심히 살아야겠지.

죽음과 어울리지 않을 것만 같은 중학생의 죽음이 담긴 이 책.
삶이 지루하다면 한 번쯤 읽어봄직한 책이다.
180남짓한 책이라 금세 읽을 수 있는 책이다.
내게는, 짧은 분량의 몇갑절의 무게로, 삶에 대한 생각을 다시금 고쳐잡게한 고마운 책이다.

평점 ★★★★

인상깊은 구절-
"엄마는 환생을 믿어?" <중략>

그런 건 없어.
죽으면 모든 게 끝일 뿐이야.
그러니까 살았을 때 잘 살아야 돼,
열심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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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천7년 네번째 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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