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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6. 12. 20. 21: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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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천국은 아직 멀리  세오 마이코 지음, 박승애 옮김
스물 셋의 여린 여자와 서른 살 난 투박한 한 남자의 교감을 그린 소설. 깊은 산 속 민박집을 배경으로 펼쳐지는 맑은 사랑 이야기로, 정갈한 문체와 섬세한 감성이 돋보인다. 2004년 요시카와 에이지 문학상을 수상한 작가 세오 마이코는 이 작품으로 국내에 처음 소개된다.

본 포스팅은 알라딘의 TTB를 이용해서 작성되었습니다.
상단의 책 정보를 클릭하면 해당 도서의 구매페이지로 넘어가게 되고..
하단의 땡스투블로거 배너를 클릭하면 제가 클릭하신 분께 감사해야 할 일을 하시는 겁니다.. 하하..
스포일러가 가득함을 우선적으로 말씀드립니다.
그리고 제가 리뷰를 쓸 때 항상 그래왔듯이 경어는 생략합니다.


이 책을 본 이유는 지극히 간단하다.
제목에 낚였다..-_-...
뭔가 우울한 포스가 잔뜩 풍기는 표지와 제목 때문에 선택하게 되었다.
여튼간에 이 책은 정말 빨리 읽혔다.
요새 유행하는 일본소설들의 추세가 가볍고 빨리 읽히는 점인데,
이 책은 정말 금방금방 책장이 넘어간다.
중간에 안 읽고 단지 출근길과 퇴근길에만 읽었는데 읽기 시작한 그 날 다 읽었을 정도로..
우선 이 책의 주인공 치즈루는 스물세살의 꽃다운 처녀이다.
그런데 이 아가씨가 초장부터 우울한 포스를 잔뜩 내뿜으면서 자살을 시도한다.
제목대로 가는 건가? 싶은 생각이 들겠지만..
너무도 허무하게 자살은 실패로 끝난다..
중요한 건 몇 장 안 되는 초반부를 읽으면서 자살이 실패하리란 걸 감지한다는 거다.
별로 놀랍지도 않은 자살실패였다.
그리고 자살에 실패한 주인공의 변화가 바로 이 작품을 주로 이끌어가는 주제다.
특히 난 이 치즈루라는 캐릭터가 너무 공감이 되었다.
우선 나이가 동일했던 데다가, 너무도 단순한 방식으로 자살을 시도한 점,
그리고 자살에 실패한 뒤에야 비로소 죽음에 대한 두려움을 느낀 점등.
모든 것들이 마치 내 이야기를 하는 듯한 느낌이었달까. 나 역시 겪었던 일들이기에 무척 공감갔다.
그리고 또 다른 주인공.
자살을 시도했던 치즈루 외에 여주인공이 묵는 민박집 주인 다무라의 캐릭터도 중요하다.
다무라는 무언가 사연이 가득해 보이는 전형적인 주인공의 멘토의 모습을 보인다.
하지만 그러면서도 어딘지 모르게 연애소설틱한 분위기를 뿜어내면서,
경쾌하지만 경박하지 않게, 진지하지만 무겁지 않게 책의 전반적인 분위기를 이끌어간다.
자살을 시도했던 치즈루가 죽음을 무서워하는 걸 보며 자살을 부추기는 듯한 행동을 하기도 하는데,
그런 다무라의 언행으로 치즈루는 더더욱 죽음에 대한 공포로 삶에 대한 끈을 강하게 부여잡는다.
이런 치즈루의 청개구리 심리를 다무라는 적극적으로 활용하여,
초반의 우울함 가득한 포스를 책장 전체에 뿜어내던 치즈루는 후반부에 가서는,
어리버리발랄한 상큼한 아가씨로서의 숨은 끼를 드러낸다.
이 책은 배꼽잡고 뒹굴만한 코믹소설도 아니고, 삶에 대한 진지한 성찰을 할 만한 자기계발서도 아니고,
남녀간의 밀고당기는 알콩달콩 연애소설도 아니다.
오히려 심플함을 장점으로 전면에 내세우는 일본소설답게,
적응되지 않은 사람이 본다면 싱겁고 허전하게 느껴질 가능성이 더 크다.
그냥 담백하게 지극히 자연스럽게 흘러가다 끝을 맺는다.
하지만 자연스럽다.
그냥 자연스럽게 이게 끝이 아닌 듯한 느낌을 들게 한다.
주인공은 주인공이 있어야 할 곳으로 돌아가고, 나는 내가 있어야 할 곳으로 돌아가면 될 것만 같은 생각이 든다.
말 그대로 조미료 하나도 첨가 안 된 자연 그대로의 무공해식품같다.
싱겁다고 재미없다고 느낄 지도 모르지만 그것이야말로 이 작품의 매력이라고 본다.
무언가 강제적으로 깨달음을 주입시키지 않고도 주인공과 충분히 동화되면서,
주인공이 스스로 깨달은 것을 독자 역시 지극히 자연스럽게 깨닫게 된다.
이 책의 제목인 '천국은 아직멀리'
처음에 제목에 낚여서 보게 되었지만
책을 다 읽고 나면 이 제목이 너무나도 와 닿게 된다.
상큼한 아가씨의 포스를 찾은 치즈루의 독백이 인상적이다.

[나는 아직 젊다. -중략-
이제 휴식을 끝낼 때가 되었다.]

그렇다. 나는 아직 젊다.
천국을 기다리며 휴식하며 시간을 죽여나가기엔 천국은 아직 너무도 멀리에 있다.
이 책을 읽는 데 걸린 시간은 너무도 짧았지만, 이 책을 보고 느낀 것은 오래 갈 듯하다.
다시 말하지만 이 작품은 경쾌하지만 경박하지 않고, 진지하지만 무겁지 않다.
이도 저도 아니게 둘의 경계에서 어정쩡하게 밀려나 있지 않고,
두 곳에 모두 발을 딛고 자리를 차지한 느낌이다.
패스트푸드를 좋아하는 어린이에게 무공해식품은 밍밍하고 맛대가리 없는 음식쓰레기에 불과하겠지만,
어떤 이들에겐 그 어떤 보약보다도 소중한 음식인 것처럼.
이 책이 나에겐 딱 그러한 존재이다.

평점 ★★★★★

인상깊은 구절-
내가 해야 할 일이 기다리고 있는 것도 아니고, 특별히 하고 싶은 일이 있는 것도 아니다.
결국 어디를 가든 존재의 의미를 알 수 없기는 마찬가지일지도 모른다.
그래도 내 힘으로 그것을 찾아내지 않으면 안 된다는 생각이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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