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시민 지음/돌베개
대한민국 개조론


대한민국개조론을 다 읽었다.
난 유시민이란 인물에 대해 호의적인 편이었다.
그의 주장에 대부분 동의하는 편이었고, 그렇기 때문에 그를 지지했고,
그가 펴낸 책을 구입해서 읽게 되었다.
그러던 중 그가 내 생각과는 다른 행동을 강행했다.
그리고 책을 읽으면서 또 나와는 생각이 다른 부분들을 발견했다.
결국 그는 내가 가장 싫어하는 시나리오대로 움직였고,
그에 대한 실망감이 극에 달한 시점에서 이 책을 완독할 수 있었다.

각설하고, 내가 처음 이 책을 펼쳤을 때, 난 이 책에 빨려들었다.

초반부는 매력적이었다.
근대한국의 상황을 분석하는 분위기.
그 분석이 깔끔하고도 확 와 닿았다.
역시 유시민.

하지만 중반부부터 조금 달라졌다.
현재 한국의 상황을 분석하는 분위기.
보건복지부장관을 지낼 때의 이야기도 자주 등장한다.
초반부의 학자풍 이야기를 보면서 중반부에 진입하면, 정치인의 냄새가 독하게 풍겨온다.
잠시 잊고 있던 그의 신분(?)을 깨닫게 된다.

후반부도 별로 다를 게 없다.

글쎄. 내가 유시민의 열혈지지자가 아니라서 그런가.
아니면 뒤로 갈수록 정치판의 변화 때문에 집필에 집중을 못해서 그런가.
중후반부의 주장들은 대부분 동의할 수가 없었다.
아니, 동의는 하더라도 그 문체때문에 고개를 가로젓게 되었다.

뭐랄까..
결국 변명하는 것으로 밖에 느껴지지 않는 말투.
내가 불만스러웠던 것은 바로 그것이다.
창을 들 때는 날카로움을 강조하지만, 방패를 들 때는 튼튼함을 강조하는 듯함.
초반부의 날카로움에 빨려들었다가, 뒤로 갈수록 튼튼함을 주장하는 것에 실망했다.

따지고보면 그의 말이 잘못된 건 아니지만,
그 말투는 '잘못된 것처럼 느껴지기에 충분한 경우'가 있듯이 이 책이 꼭 그랬다.

그럼에도 난 이 책을 추천하고 싶다.

상스런 어휘를 구사하지 않고도 속이 시원할 정도의 문장들.
나조차 뜨끔하게 만드는 날카로운 이야기들.

이 책은 절반의 단점과 절반의 장점이 섞인 책이랄까.
단점이 곧 장점이 되고 장점이 곧 단점이 되는 책이랄까..

열성한나라당원들이 보면 찢어버리고 싶은 책이겠고..
물론 열성열린우리당원들이 봐도 찢어버리고 싶었을 책이겠지만..

당을 불문하고 일단 정치인이라면 고개를 절레절레 흔드는 일반인들이라면,
대부분 공감할 만한 이야기가 많은 책이다.

단. 그냥 곧이곧대로 받아들이면 집어던질지도 모른다.
읽자마자 까칠하게 반응하기 전에 한 번 생각해보면..
'말이야 바른 말이지.' 라는 반응이 나타날지도..

모르지만..
그래도 많은 것을 바라진 말고..
그냥 수많은 책 중에 한 권을 집어들듯이 가벼운 마음으로 들기를 권하고 싶다.

이건 대통령의 지시를 모은 것도 아니고, 대선후보의 공약을 모은 것도 아니고,
그냥 한 권의 책일 뿐이니까.


여러모로 불만스러운 점이 있지만,
그럼에도 실망스럽진 않은 책이다.


평점 ★★★☆

인상깊은 구절-
대통령이 바뀐다고 모두가 행복해질 리는 없습니다.
그런 일을 해낼 수 있는 구세주는 어디에도 존재하지 않습니다.
헛된 꿈입니다.
헛된 꿈이 이루어지지 않았다고 다른 누군가를 원망해봐야 그만큼 더 불행해질 뿐입니다.
그런 약속을 하는 정치인을 믿지 마시기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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