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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7. 3. 4. 00: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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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진과 유진
이금이 지음/푸른책들
다른 나라에서 살아보지 않아서 모르겠다.
내가 살고 있는 대한민국이란 나라에선 이렇다.
살인사건이 벌어지면 가해자를 비난한다.
피해자에게 연민을 느낀다.
하지만 성폭행사건이 벌어지면 둘 다 비난한다.
아니, 오히려 피해자가 피해사실을 숨겨야 할 정도로 피해자에게 손가락질 한다.

난 강간범이 싫다.
그냥 싫은 정도가 아니라 증오하며 저주하며 온갖 욕을 퍼붓고 싶을 정도로 극도로 싫어한다.
내가 세상에서 제일 싫어하는 세 종류의 인간이 있는데,
하나는 사기꾼. 또 하나는 강간범. 마지막은 강간해놓고 사기치는 족속들이다.
우리나라는 강간범들이 떳떳하게 얼굴 들이밀고 다닌다.
오히려 자기는 아니라고 먼저 꼬셔서 그렇게 했다는 식으로 사기를 치기도 한다.
중요한 건 피해자를 바라보는 시각은 그런 사기꾼의 말에 의해 부정적으로 변한다는 점이다.
불결하다고 할까. 조신하지 못하다고 할까.
그렇게 몰아가면서 피해자들을 두 번 죽이게 만들어 버린다.

이 책을 보면 그런 전형적인 성범죄가해자의 캐릭터가 등장한다.
유치원원장이 원생들을 상습적으로 성추행해놓고선,
피해자들이 어린아이들이란 걸 악용하여 무고죄 및 명예훼손으로 부모들을 고소하는 캐릭터.

이것이 단지 상상력이 뛰어난 어느 작가의 잘 지어진 거짓말이라면 좋겠다.
하지만 엄연히 우리 사회에서 어렵지 않게 볼 수 있는 인물이다.
피해자들이 피해사실을 밝히는 것을 꺼린다는 걸 악용해서, 자신은 아무 잘못 없다고 사기치는 인간들.

물론.
꽃뱀정신으로 무장하여, 자기가 먼저 꼬셔놓고 목적이 뒤틀릴 땐 성범죄 피해자인 척,
무고한 남자 혹은 이성을 파렴치범으로 몰아가는 족속들.
그런 인간들도 있지만 위에서 언급했다시피,
난 사기꾼 또한 강간범못지 않게 저주하므로 그들을 변호하려는 건 아니다.

내가 말하려는 건 분명한 성폭행피해자들을 바라보는 우리들의 시각이다.
대부분 성폭행피해자들을 보면 조금 전 언급한 꽃뱀류의 족속들로 몰아간다.

처신을 똑바로 못했으니 '그런일'을 당하지 않냐며..
그럴 만하니까 '그런일'을 당하는 거라며..
'그런일'을 '당하는' 피해자들을 손가락질한다.

그래.
조심해야지.
'그런일'이 벌어질 수도 있을 만할 것 같으면 애당초 피해가는 게 제일이겠지..
헌데 조심하지 못했다고 해서 '피해자'가 손가락질 받아야 할까?

지나가다 미친개한테 물렸다.
미친개를 조심하지 않은 물린 사람의 잘못인가?
미친개를 조심하지 않았다고 해서?
조심해도 물릴 수 있는 일이다.

아무리 조심해도 당할 수 있는 일이다.
신체적으로 우세한  존재가 '강제로' '그런일'을 저질렀다면,
그건 엄연히 가해자를 비난해야 하는 일이다.

성범죄가 더 용서받을 수 없는 건 '그런일' 이후에 벌어지는 피해자와 피해자 주위 사람들의 후유증때문이다.
피해자들의 사례는 많이 드러났다.
어릴 때 성폭행을 당한 피해자가, 성인이 된 후에 가해자를 찾아가 살인을 저질렀다는 기사들도 접한 적이 있다.
성폭행을 당한 피해자가 자라면서 겪어야 하는 그 정신적고통은 당하지 않은 사람은 감히 상상하지도 못한다.
바보엄마라는 책을 보면, 강간을 당하고 임신한 딸을 키우는 바보엄마가 등장한다.
강간의 충격으로 바보가 되버린 엄마..
우행시에서는 피해자가 그 충격으로 거듭 자살을 시도하기도 한다.
이보다 더 믿기 힘들 일들을 겪고 있는 피해자들이 우리 주위에 존재하는 것이다.
그렇기 때문에 성범죄는 일어나선 안 될 일이다.
성범죄는 그 당시가 지나고서도 일차 이차 삼차..계속해서 사라지지 않고 아무때고 고통이 되살아날 테니.

피해자만 그런가?
피해자 주위의 사람들도 마찬가지다.

이 책을 보면 '작은유진'의 엄마가 '그런일'을 겪은 뒤에 '작은유진'을 혼내는 장면이 있다.
아무 일도 없던 거라고. 앞으로 그 얘기 꺼내지 말라고. 소리지르고 협박하며, 딸의 몸을 '박박' 씻긴다.
'우리들의 행복한 시간'이란 영화와 소설에도 같은 장면이 있다.
그 일에 대해 입 밖으로 꺼내지 말라며 딸을 윽박지른다.
창피한 일..
글쎄다..

이 책에서는 '큰유진'의 남자친구였던 '건우'라는 캐릭터가 있다.
큰유진 또한 작은유진과 같은 유치원에 다니면서 같은 피해를 당한 주인공이다.
남자친구인 건우는 그 일을 모르고 있었고,
건우의 엄마는 그 당시 가해자였던 원장을 처벌받도록 온 힘을 다했으며,
방송에도 몇번 모습을 비칠 정도로 유명한 상담소장이다.
하지만 정작 자신의 아들인 건우의 여자친구가 '그런일'을 당한 아이라는 걸 알고는 둘의 이별을 명한다.
건우 또한 자신의 여자친구가 '그런일'을 당했다는 걸 알고는 마지못해 이별한다.
겨우겨우 피해의 상처를 딛고 지내던 큰유진은 그 후 다시 그 기억을 떠올리며 괴로워한다.
왜 자기 잘못이 아님에도 피해자가 사과를 해야 할까.
왜 뻔히 그 사람의 잘못이 아닌 걸 알면서도 그 사람을 받아들이지 못할까.
피해자가 왜 미안해야 하지?
그 사람의 잘못이 아닌데 사과할 필요 없다고 괜찮다고 상처를 보듬어주진 못할망정
아물지도 않은 상처를 송곳으로 쑤시고 칼로 도려내고 소금을 뿌리는 짓들을 서슴치 않고 저지른다.
직접적인 관계가 없는 사람들이야 그렇다 치더라도 그런 피해자를  그 당시에도,
혹은 그 후에 쏟아지는 손가락질로부터도 지켜주지 못한 주위 사람들이 더 미안해해야 하지 않나?
그걸 바라볼 자신이 없기에 피해자에게 없던 기억으로 강요하는 주위 사람들.
그들의 그 노력또한 이해 못하는 것은 아니다.
헌데 곁에서 바라봐야 하는 사람마저 견디기 힘들고 괴로워서 그러할진대..
정작 그 일을 직접 당한 본인은 얼마나 힘들었을까. 얼마나 견디기 힘들었을까.


만일 내 자식이 건우와 같은 상황이라면 난 어떻게 했을까.
내 아들의 여자친구가 과거에 성폭행을 당했던 아이라고 한다면 난 어떻게 했을까.
만일 내 자신이 건우와 같은 상황이라면 어떻게 했을까.
내 여자친구가 과거에 성폭행을 당했던 아이라고 한다면 난 어떻게 했을까.

모르긴 몰라도 나 또한 건우의 엄마나 건우와 다를 바 없는 선택을 했을 것이다.
'그런애'와는 만날 수 없다고 분명 그 아이의 잘못이 아니었음에도 그 아이를 떨어트리려 하지 않을까?
젠장.
나란 놈은 정작 내가 제일 싫어한다던 사기꾼과 다를 바 없는 꼴이다.
위선자. 사기꾼.
온갖 너그러운 척 착한 척은 다 해놓고 정작 내가 그런 입장에 있으면 다른 행동을 할 놈이다.
아니..
조심하라고 조심하라고 걱정하는 척은 다 하면서.. 정작..그 일이 벌어졌을 때..
조심하지 않았기 때문에 그런일이 일어난거라고 피해자에게 먼저 화살을 돌렸다.

이 책을 읽으며 줄곧 눈물이 났다.
피해자가 고통받아야 하는 사회에 대한 분노.
파렴치한 강간범들에 대한 분노.
어떻게 해야 할 지 몰라하는 피해자와 피해자 주위 사람들에 대한 안타까움.
피해자가 평생 안고 살아가야 할 그 저주스러운 기억의 무게에 대한 안타까움.
이러한 것들도 있지만, 위선에 가득찬 나 자신에 대한 분노때문에.
이 책을 읽으면서 머릿속이 복잡했다.
잊을 만하면 떠오르는 기억에 대한 헤아릴 수 없는 복잡함.
이제는 받아들일 수 있을 것 같다. 아니, 이제는 받아들여야만 한다.
똑같은 잘못을 반복해선 안되니까.

이 책은 아이가 있는 부모라면 꼭 읽었으면 좋겠다.
아니, 애 어른 할 것 없이 누구라도 읽었으면 좋겠다.
이 책에 성범죄에 대한 대책이나 그런 건 나와 있지 않지만..
최소한 피해자를 이렇게 대하면 안 되겠다라는 것은 깨닫게 해주니까.
성폭행가해자에게 한없이 관대한 대한민국이 꼭 읽었으면 하는 책이다.

평점 ★★★★★

인상깊은 구절-

삶이란 누구 때문인 건 없는 것 같다는 생각이 든다.
그래, 시작은 누구 때문이었는지도 모르겠지만
결국 자신을 만드는 건 자기 자신이지.
살면서 받는 상처나 고통 같은 것을 자기 삶의 훈장으로 만드는가
누덕누덕 기운 자국으로 만드는가는 자신의 선택인 것 같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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