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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6. 12. 23. 18: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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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어린 왕자 - 비룡소 걸작선  생 텍쥐페리 지음, 박성창 옮김
프랑스 소설가이자 시인인 생텍쥐페리의 탄생 100주년을 기념한 작품. 등을 쓴 비행기 조종사였던 그는 비행기를 사색과 발견의 도구로 삼았다.

내 인생 최고의 책!
★어린왕자★



어린왕자와 생 텍쥐페리를 모르는 사람은 손에 꼽을 수 있을 정도로, 이 책은 유명한 작품이다.
하지만 이러한 유명한 작품을 난, 어릴 때 보는 큰 글씨의 얇은 동화책 같은 형식으로밖에 보질 않았다.
그나마도 서양동화보다 전래동화를 더 좋아하던 내 취향에 의하여 [어린왕자]는 철저히 대충보았던 작품이었다.
그러한 이 책을 내일모레면 20대중반에 접어드는 시점에 다시 펼쳐보았다.
이번엔 제대로 된 양장본으로 말이다.
그런데 이럴 수가.
어쩜 이렇게 한 구절 한 구절, 한 장면 한 장면마다 모조리 가슴을 후벼팔 수 있을까.
이런 것이야말로 진정한 명작이고 고전이고 문학이라는 생각이 절로 들게끔 만들었다.
어릴 때 단편적으로 단지 어린왕자가 별을 떠나 지구에 왔다가 돌아간다는 식의 이야기 전달에 치중된
어린이용 동화와는 달리..
온전한 상태의 작품을 접해 본 지금은..모든 내용이 내 가슴에 틀어박혀버렸다.
초반부터 자신의 별.[화자가 소혹성B612라고 지명]이야기를 하면서 장미와 관한 후회가 드러나는 부분이..
왜 이리 내 가슴에 깊숙하게 와 닿는지 모르겠다.

[그때는 아무것도 이해할 줄 몰랐던 거예요!
행동을 보고 판단해야지 말을 가지고 판단해서는 안 되는 거였어요...
그 꽃은 나에게 향내를 풍겨주고 내 마음을 환하게 해주었어요.
도망가서는 안 되는 건데 그랬어요! 그 가련한 꾀 뒤에 애정이 있는 건 눈치챘어야 했는데.
꽃들이란 모순덩어리거든요! 하지만 난 너무 어려서
그 꽃을 사랑해 줄 줄을 몰랐던 거예요...]

젠장스럽게도 너무도 와 닿는 대사다...
아무튼 사람들은 다른 이들이 단편적으로 내뱉은 말들만 가지고 그사람에 대해 판단을 내린다.
이 말을 했으니 저 사람은 이럴 것이다. 라고.
하지만 그 얼마나 어리석은 일이란 말인가.
비단 사회생활이나 인간관계 뿐만이 아니라 연인관계에서도 마찬가지다.
그 사람이 나에게 대하는 행동을 가지고 판단해야지 말을 가지고 판단해서는 안 된다.
뒤에 숨은 애정을 눈치채고 상대를 사랑해주어야 하건만 앞에 보이는 것만으로 받아들이지 않던가.
물론 그렇기 때문에 어떤 말을 할 때 조심해야 한다.
하지만 아 다르고 어 다른 마당에 받아들이기 따라 얼마든지 다르게 받아들일 수 있는 그런 작은 말 하나로,
그 뒤에 있는 상대의 생각을 싸그리 무시해 버리는 경우는 없었는지 깊이 반성해 볼 만한 일이다.

다음은 장미꽃이 자신을 버리고 떠나려는 어린왕자를 대하는 장면이다.

[ "그렇게 어정거리지 말아요. 기분이 언짢아요. 가기로 결정했으니 가세요."
왜냐하면 꽃은 자기가 우는 것을 그에게 보여주고 싶지 않았기 때문이다.
그만큼 자존심 강한 꽃이었던 것이다.......]

어떤 이들은 정말로 자존심이 상해서.
어떤 이들은 자기가 우는 것을 보는 그의 마음을 무겁게 할까봐.
떠나가는 이에게 자기가 우는 것을 보여주려하지 않는다.
이 작품이 발표된 해가 1943년인데.. 지금에서도 저런 이별장면이 와닿는 것을 보면
정말 시대를 초월하는 명작이란 이런 것이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든다.

아는 사람은 다 알겠지만 어린왕자는 자신이 살던 별을 떠나 다른 별들을 여행한다.
그러한 과정에서 사람들을 만나고 실망하고 만나고 실망하고를 반복하다가 지구에 도착한다.
그렇게 어린왕자가 소혹성에서 만났던 사람들의 행동을 보며 어린왕자는 실망하지만,
그 와중에도 촌철살인의 구절들이 있다.

["그럼 너 자신을 심판하거라. 그게 가장 힘드니라.
다른 사람을 심판하는 것보다 자신을 심판하는 것은 정말 어려운 일이니라."]

사람이라곤 왕이라고 하는 사람밖에 없는 별에서,
왕이 어린왕자를 법무부장관으로 임명하자 어린왕자는 이 별에는 심판할 대상이 없다고 한다.
그러자 왕이 내뱉은 대사다.
이 얼마나 와 닿는 말인지..
우리는 누구나 다른 사람은 쉽게 판단하고 심판하며 비난한다.
하지만 그 잣대를 자신에게 가져오면 그렇지가 않다.
내가 하면 로맨스, 남이하면 불륜. 이란 말도 있듯이,
자신을 다른 사람과 같은 잣대로 심판하는 것은 너무도 어려운 일이 아니던가.
어린왕자는 실망하지만 왕은 저 대사하나로도 충분히 제 몫을 다했다고 본다.

[저 사람은 아마도 다른 사람들, 왕, 허영꾼, 술꾼, 사업가에게 경멸당할거야.
하지만 내가 보기에 우스꽝스럽지 않은 사람은 저 사람 하나밖에 없어. 아마 그건
저 사람이 자기 자신외의 다른 것을 보살피고 있기 때문일거야.]

가로등을 점등하는 일을 하는 사람을 만나고 떠나면서 어린왕자가 되뇌인 말이다.
우리 주위에도 많은 사람들이 다른 사람의 행동을 하찮게 보고 경멸하고 무시하곤 한다.
하지만 과연 누가 그 사람을 무시할 수 있을까.
자기 자신만의 이익이 아닌 다른 이들을 보살피려는 행동들을,
자기에게 이익이 안 가는 행동이기 때문에 멍청한 짓이라고 무시하고 있진 않은지 깊이 생각해 볼 일이다.

어린왕자가 지구에 도착해서 처음으로 만난 뱀과의 대사도 너무도 와 닿는다.
사막에 도착한 어린왕자는 뱀에게 묻는다.
"사람들은 어디 있지? 사막에서는 약간 외로운 걸..."
이 말을 듣고 잠잠히 있던 뱀은 답한다.

[사람들 틈에 끼어 있어도.. 마찬가지로 외롭지.]

내가 요즘 외로워서 더욱 공감이 된 건지는 모르겠으나, 저것이야말로 진실이 아닌가 싶다.
학창 시절 교과서에서 배웠던 고독한 군중따위의 단어를 모르더라도 얼마든지 공감할 만한 말이 아닌가.
사람들이 없어서 혼자 있기 때문에 외로운 것이 아니다.
사람들 틈에 끼어 있어도 외로운 것은 마찬가지다..
어린왕자는 사막을 지나가다가 보인 높은 봉우리에 올라가는 데,
그곳에서 보이는 다른 봉우리에 사람이 있을까 싶어 외친다.

["우리 친구하자. 난 외롭다." 어린왕자가 말했다.
"난 외롭다.....난 외롭다......난 외롭다....."  메아리가 대답했다.]

어린왕자는 메아리의 존재를 모르기에 이상한 사람들이라고 생각하고 떠나지만,
너무도 인상적인 장면이었다.
내가 요새 즐겨쓰는 말이 메아리의 대답과 같기 때문인지...

어린왕자는 지구에서 여행하다가 열차들의 경로를 조정하는 전철수를 만나서 이것저것 묻는다.
그 와중에 전철수가 하는 말이 또 인상적이다.

[자기가 있는 곳에 만족해하는 사람은 하나도 없단다.]

글쎄 단 한명도 없진 않겠지만 많은 사람들이 만족이란 걸 모르고 살고 있진 않나.
후반부에 어린왕자가 책의 화자인 비행사에게 하는 말을 보면 위의 대사가 더 와 닿는다.

[사람들이란, 특급열차에 서둘러 올라타지만, 무얼 찾아가는지 모르고 있어요.
그래서 초조해가지고 빙글빙글 도는 거예요. 그건 소용없는 것이지요.]

현재 위치에 만족해하지 않고 사람들은 떠나려하고 특급열차처럼 속성으로 뭔가를 이루었으면 한다.
하지만 정작 무얼 이루려는지를 모른다. 무얼 찾고 싶은 건지 모른다.
그렇기 때문에 2호선순환차를 탄 것마냥 빙글빙글 돌 뿐이다.
그러면 더욱 초조해져서 되돌아가려고 해도 어디로 가야할 지 모르는 상황에 빠져 버린다.
어린왕자는 말한다.

[그들은 자기들이 찾으려는 걸 거기서 찾아내지 못해요.
하지만 그들이 찾으려 하는 것은 장미꽃 한 송이나 물 조금에서도 찾아질 수 있어요... <중략>
하지만 눈은 보지 못해요. 마음으로 찾아야 해요.]

내가 찾는 행복이란 건 정말 아주 작은 것에서도 찾을 수 있지만 내 눈은 그것들에 만족하지 못한다.
앉으면 눕고 싶고 누우면 자고 싶어진다는 말처럼..
자꾸만 더 큰 것을 바란다..
어린왕자의 말이 더 와닿는 것은 나 역시 물 조금에서도 찾을 수 있었던 행복을..
이젠 바다에 가서도 못 찾기 때문은 아닐까.

[사막이 아름다운 건, 그것이 어디엔가 우물을 감추고 있기 때문이에요.]

이전 The Game의 리뷰에서 인상적인 구절로 뽑았던 것과 일맥상통하는 어린왕자의 말이었다.
당시 The Game에서 스타일은 이렇게 말하고 있다.

[우주는 우리가 무릎에 떨어지는 일들에 대해서는 감사하지 않는다는 것을 알고 있다.] by. [The Game]

욕심은 끝이 없다.
장미꽃 한송이를 주면 한다발을 받고 싶고..한다발을 주면 장미정원을 꿈꾸는 것처럼...
하지만 우물을 찾는 사막처럼 무언가에 간절해진다면...
우린 충분히 그 간절함뒤에 찾아오는 달콤함에 만족할 수 있지 않을까..

[사람들은 이제 무얼 알 시간조차 갖고 있지 못해. 그들은 상점에서 다 만들어 놓은 걸 사니까.
하지만 친구를 파는 상점은 없으니 사람들은 이제 친구가 없지.]

어린왕자가 사막에서 만난 여우의 말이다.
정말 세상이 발전해나가면서 오히려 사람들은 예전보다 모르는 것이 많아졌다는 말도 나온다.
너무도 쉽게 무언가를 알아낼 수 있기 때문에 오히려 알고자 하는 생각을 안 한다는 말이다.
여우의 말은 지금의 시대와도 너무 잘 맞는다.
또한 사람들은 친구를 원하지만 대부분은 단지 일회성친구일 뿐이다.
수많은 물건을 파는 상점속에서 자신이 원하는 물건을 고르기 힘든 것처럼,
수많은 지인들 속에서 진정한 친구는 그리 많지 않을 것이다.
물론, 돈많은 부자가 많은 물건을 고를 수 있듯이, 우애 깊은 사람은 많은 진정한 친구가 있겠지만.
어쨌든 많든 적든 친구라는 건 소중한 존재다.
어린왕자에겐 자신에게 길들인다는 것을 알려준 여우처럼 말이다.

[죽는다 해도 친구를 가진 것은 좋은 거예요. 난 여우친구를 가진게 흡족해요.]

이토록 어린왕자에게 흡족한 친구였던 여우는 어린왕자에게 자신을 길들여 달라면서 이런 말을 한다.

[넌 아직까지 나에게는 다른 수많은 꼬마들과 똑같은 꼬마에 불과해.
그러니 나에겐 네가 필요 없지. 그리고 너에게도 내가 필요 없겠지.
네 입장에서는 내가 다른 수많은 여우와 똑같은 여우에 지나지 않을 테니까.
그러나 만일 네가 날 길들이면 우린 서로를 필요로 하게 돼.
나에게는 네가 세상에 하나밖에 없게 될 거고, 너에게는 내가 세상에 하나밖에 없게 될 거야.]

길들인다는 것, 위의 말을 보고 떠오르는 다른 말.
서로가 서로를 필요로 하게 되는 사이. 그렇게 되기 전까지 수많은 사람들일뿐이지만,
서로가 세상에 하나밖에 없는 존재가 되면 그 사이는 진정으로 귀한 관계로 맺어지는 것이다.
하지만 사람들은 쉽사리 시간이 지나면서 서로가 필요로 하던 시간을 잊어버린다.
여우는 또 다른 말을 어린왕자에게 전한다.

[사람들은 이 진리를 잊어버렸어. 하지만 넌 잊으면 안 돼.
넌 언제까지나 네가 길들인 것에 책임이 있게 되는 거야.
넌 네 장미에 대해 책임이 있어.]

길들인 것에 책임이 있게 마련이다.
서로가 서로에게 단 하나밖에 없는 존재로의 관계를 맺어진다는 것은 책임이 있는 것이다.
이러한 책임은 잊으면 안 되는 것.
하지만 많은 사람들이 잊어버린 채 서로에게 상처주기를 반복한다.
어린왕자는 별을 여행하면서 수없이 이 말을 반복한다.

[어른들이란 정말 이상하군.]

어른이 된다는 것.
단지 나이로 어른과 어린이를 나누는 것이 아니라,
순수라고 할까. 동심이라고 할까.
그러한 것을 잃어버리고 변하게 되는 것.
이렇게 사람들이 변해가면서 위에서 어린왕자가 말하는 것들을 잃어버리고 잊어버리고 살아간다.
어린왕자.
이 책을 다시 펼쳐보길 정말 잘했다.
이 책에 나온 모든 것들이 내겐 너무도 필요하지만 내가 잊고 지냈던 것들이다.
어린왕자는 내가 잊으며 잃어가며 지냈던 것들을 가슴 깊숙하게 쑤셔박아주었다.
완소라는 유행어가 있는데..
'완전소중하다'는 말은 그딴 곳에 쓰는 게 아니라 이런 책에 쓰라고 있는 말이다.
별 다섯개만점에 오백만개가 아깝지 않을 책이다.
다만 워낙 유명한 작품이라 번역본이 참 많을 텐데 크게 다를 건 없으리라 생각한다.
참고로 내가 소장한 책의 출판사는 "미래사" 이다.

평점 ★★★★★+a

인상깊은 구절-
"어떤 날은 마흔네 번이나 해 지는 걸 봤어요."
그러고는 조금 후에 덧붙여 말했다.
"알다시피....아주 서글플 때 해 지는 게 보고 싶거든요....."
"마흔네 번을 본 날 그럼 너는 무척 슬펐겠구나."
그러나 어린 왕자는 대답하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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