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6/11/15 23:08
저작자:
![]()
더 이상 내 도시락을 쌀 필요가 없는 곳으로 가신 것일까.
입대를 한 달여간 앞 두고, 친구들과 술을 마셨다.
어머니의 번호로 전화가 걸려왔지만, 난 받지 않았다.
언젠가부터 집에서 걸려온 전화를 받지 않는 게 습관이 되어 있었다.
난 그 날 친구들과 날이 새도록 술 마시며 놀았고, 정신이 없는 채로 집에 도착했다.
날이 밝았을 때였는데 집에는 아무도 없었다.
난 엄마가 어디 나갔나 하며 내 방에 들어가 잠을 청했다.
몇 시쯤 되었는지 알 수 없었지만 전화가 울려서 잠에서 깨었다.
전화를 받아보니 병원이란다.
병원에서 올 전화를 받을 이유가 없던 나는 잘못 걸었다고 끊으라 했다.
하지만 곧 전화기에선 엄마의 이름이 들렸다.
아들이 맞냐고 하기에 맞는데 왜 그러냐고 물었다.
그러자 지난밤에 돌아가셨다는 말이 들렸고, 난 전화기를 끊었다.
난 잠이 덜 깬 거라 믿었다.
어제 밤에 술을 너무 많이 마셔서 아직 비몽사몽이라 생각했다.
그러지 않고서야, 내가 친구들과 술독에 빠져 있을 그 시간에 내 어머니께서 돌아가실 리가 없었다.
난 다시 잠을 청했다.
얼마나 지났는지 몰랐는데 문을 두드리는 소리에 잠이 깨 열었더니 친구들이었다.
녀석들은 무척이나 침통한 표정이었다.
무척이나 미안한 듯한 모습이었다.
그 이후 어떻게 한 달이 흘렀는지 모르겠다.
난 입대한 뒤로도 여전히 어머니의 죽음을 받아들이지 못했다.
처음 휴가를 나왔을 때 현관문을 열고 전투화를 벗으며, 엄마,를 외쳤다.
다른 녀석들처럼 첫 휴가를 나가서 어머니를 만나면 색다른 기분일 것만 같았다.
그 전까지 몰랐던 어머니의 소중함도 느낄 수 있으리라 생각했다.
하지만 아무리 기다려도 집 안은 조용했다.
어두운 집 안의 불을 키고 어느새 먼지가 내려앉은 부엌을 보면서,
그제서야 난 어머니의 상실을 깨달았다.
아무도 없는 집 안에서 홀로 청소기를 돌리며, 내가 기억하는 한 처음으로 눈물을 흘렸다.
그제서야 난 장례를 치르는 동안, 그 전에도 그 후에도, 단 한번도 울지 않았었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그와 함께, 여태껏 어머니께서 돌아가신 사실을 믿지 않고 있었다는 것 또한 깨달았다.
군대에서 가족소개를 할 때 항상 어머니와 같이 산다고 말했던 것도 깨달았다.
그 많은 깨달음과 함께 진공 청소기의 소음에 숨은 채 울어버렸다.
다른 동료들의 도시락을 보고 나도 도시락에 도전하기로 했다.
오랜만에 동네 할인점에서 도시락 통을 샀다.
도시락을 싸려면 평소에 일어나던 때보다 일찍 일어나야 했다.
자던 시간이 줄어버리니 무척이나 피곤했다.
어머니께서는 대체 어떻게 이런 생활을 매일같이 하셨을까?
의아함에 앞서 존경스러울 따름이다.
반찬을 만드는 건 그리 어려운 일이 아니었다.
이미 이런 저런 반찬을 혼자 살면서 해결 할 수 있으니까.
반찬을 반찬통에 담고서는 뚜껑을 닫았다.
밥통도 닫고 도시락주머니에 모두 집어넣었다.
어머니께서 싸주신 도시락에는 머리카락이 자주 들어있었다.
그땐 몰랐다.
나중에야 알았다.
그것도 어머니께서 돌아가신 뒤에야 알 수 있었다.
어머니의 머리카락이 그리도 자주 빠졌던 이유를.
대체 왜 어머니께서는 나에게 그런 말씀을 안 하셨을까.
그런 몸으로 매일 새벽에 아들의 도시락을 싸는 것이 여간 피로한 게 아니었을 텐데.
이런 생각도 들곤 한다.
내 도시락을 싸주시느라 어머니의 병세가 더 악화되었던 건 아니었나.
내가 그렇게 모진 말로 구박했던 것 때문에 마음의 병도 생겼을 지 모른다.
어쩌면 내 도시락을 싸주시려 그 몸으로 끝까지 버티셨는지도 모른다.
그렇지 않고서야, 더 이상 도시락 쌀 일이 없게 되자 사라지셨을 리가 없다.
다 싸 놓은 도시락을 들었다가 내려놓고 다시 열었다.
밥통과 반찬통을 열었다.
도시락이 무거워 보였다.
그냥 도시락을 두고 가기로 했다.
그 대신 아침을 도시락으로 대체하기로 했다.
숟가락과 젓가락을 들고 와 밥을 먹기 시작했다.
난 이 집에 혼자 살고 있다.
아무도 없는 집에 나 홀로 도시락을 먹고 있다.
몇 년 전, 돌아오지 않는 아들을 기다리며 식어버린 도시락을 먹던 어머니가 떠올랐다.
그 때 당신께서는 대체 어떤 심정이셨을까.
밥을 먹다 보니 밥에 이물질이 떨어졌다.
머리카락인가, 하고 보니 아니었다.
어머니께서 도시락에 자주 흘리시던 머리카락은 아니었다.
도시락.
도시락이 그리웠다.
하지만 다음부터는 싸지 않아야겠다.
내가 그리워했던 도시락은 그 도시락이었다.
다른 동료들의 어머니께서 싸주신 도시락을 보고 추억속의 도시락이 그리웠을 뿐이었다.
설령 머리카락이 밥 사이에 섞여 있었더라도, 나를 위해 새벽 일찍 일어나 준비하셨을 그 도시락이 그리웠다.
나에게 있어 도시락은 어머니께서 싸주신 것이 아니면 의미가 없다.
또 다시 밥에 이물질이 떨어져서 다시 보니 눈물이었다.
자주 흘리지 않던 눈물이 내 눈에서 도시락으로 떨어지고 있었다.
이 저작물은 저작권자표시-영리금지-개작금지 정보공유라이선스 2.0에 따라 이용하실 수 있습니다.
이 저작물은 저작자표시-비영리-변경금지 2.5 대한민국 라이센스에 따라 이용하실 수 있습니다.
'언제나 습작하기..' 카테고리의 다른 글
| 데자부.. (8) | 2006/12/25 |
|---|---|
| 도시락의 추억 -02- (2) | 2006/11/15 |
| 도시락의 추억 -01- (6) | 2006/11/13 |
| location... (0) | 2006/10/22 |



